지원사업 기초 · 4분 읽기

정부지원사업 공고, 처음부터 읽지 마세요

공고 사이트 네 곳 중 둘만 보고, 공고문에서는 자격·내용·서류·평가 네 항목만 먼저 찾는 순서.

정부지원사업 공고, 처음부터 읽지 마세요

검색창에 "정부지원사업"을 치면 사이트가 열 개쯤 뜹니다. K-Startup, 기업마당, 우리 지역 테크노파크, 이름도 처음 듣는 부처 산하기관까지. 하나를 눌러 보면 공고가 수백 건이고, 그중 하나를 열면 30페이지짜리 PDF가 나옵니다. 여기서 대부분 창을 닫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첫 공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두 시간을 썼고,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뒤로 읽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오늘은 그 순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고는 네 군데에 흩어져 있다

정부지원사업 공고는 한곳에 모여 있지 않습니다. 크게 네 군데입니다. 창업 지원은 K-Startup(창업진흥원), 중소기업 전반은 기업마당(중소벤처기업부), 지역 사업은 그 지역 테크노파크, 그리고 부처나 공공기관이 자기 사이트에만 올리는 공고가 있습니다. 같은 공고가 두세 군데에 겹쳐 올라오기도 해서, 처음엔 이게 다 다른 사업인 줄 알고 세다가 지칩니다.

처음이라면 앞의 둘만 보세요. K-Startup과 기업마당이면 창업 초기 회사가 쓸 만한 공고를 거의 다 만납니다. 지역 테크노파크는 우리 회사 소재지 하나만 즐겨찾기에 넣어 두면 됩니다. 다른 지역 공고는 어차피 소재지 요건에서 걸립니다. 부처 사이트는 나중에, 우리 업종과 딱 맞는 사업 이름을 알게 됐을 때 찾아가면 됩니다.

사이트마다 검색 필터가 있지만 너무 믿지는 마세요. 분류가 공고마다 제각각이라 "창업"으로 걸러도 우리와 상관없는 게 섞이고, 정작 맞는 공고가 다른 분류에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필터는 개수를 줄이는 용도로만 쓰고, 판단은 공고문을 열어서 하세요.

다 읽지 말고 네 항목만 먼저

공고문은 처음부터 읽는 문서가 아닙니다. 목차를 보고 네 항목만 먼저 찾으세요.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신청 자격(지원 대상)입니다. 업력, 소재지, 업종, 대표자 조건이 여기 있습니다. 하나라도 안 맞으면 나머지는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걸러집니다.

자격은 대충 읽으면 안 됩니다. 업력은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세는지, 소재지는 본사 기준인지 사업장 기준인지까지 보세요. 기준일 하나로 자격이 갈린 팀을 옆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줄 차이였습니다.

둘째, 지원 내용입니다. 돈을 주는지, 공간을 주는지, 교육만 하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금액이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자부담이 붙는지, 현금인지 바우처인지 같이 보세요. 바우처는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용도로만 쓸 수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게 그 안에 없으면 숫자만 큰 지원입니다.

셋째, 제출 서류입니다. 사업계획서 양식이 붙어 있는지, 사업자등록증 말고 어떤 증빙을 더 요구하는지 봅니다. 서류 목록을 보면 이 사업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가 드러납니다. 재무제표를 요구하면 매출을 볼 것이고, 특허 증빙을 요구하면 기술을 볼 겁니다. 발급에 며칠 걸리는 서류가 있으면 지금 신청해 두세요.

넷째, 평가 방식입니다. 서류 평가만인지, 발표 평가가 있는지, 배점표가 있는지. 배점표가 있다면 그게 사업계획서의 목차가 됩니다. 이건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네 항목을 한 장에 적어 보세요

이 네 가지를 찾아 A4 한 장에 옮겨 적으면 공고 하나가 정리됩니다. 자격 세 줄, 지원 내용 세 줄, 서류 목록, 평가 방식 한 줄. 이 한 장이 있으면 "이거 쓸까 말까"를 십 분 안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공고를 다 읽고 나서 판단하려고 하면 판단을 못 합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요. 네 항목만 뽑아 놓고 보면 답이 보입니다.

공고마다 항목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지원 대상"이 "신청 자격"으로, "평가 방식"이 "선정 절차"로 적혀 있기도 합니다. 이름보다 내용으로 찾으세요. 마감일과 접수 방법은 맨 앞 요약표에 있으니 그건 따로 안 찾아도 됩니다.

한 장을 적다 보면 빈칸이 생깁니다. 자격은 맞는데 평가 방식이 안 보인다든가, 서류 목록은 있는데 양식 파일이 없다든가. 그 빈칸이 주관기관에 전화할 질문입니다. 공고 담당자 번호는 맨 뒤에 있고, 물어보면 대부분 친절하게 답해 줍니다. 저는 처음에 그 번호로 전화하는 게 어색해서 혼자 며칠을 헤맸는데, 지금 생각하면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이번 주에 할 일 하나

접수 중인 공고 세 개를 골라 위 네 항목을 각각 한 장씩 적어 보세요. 세 장을 나란히 놓으면 우리 회사에 맞는 공고가 어떤 모양인지 감이 옵니다. 그 감이 생기고 나면 다음 공고는 십 분이면 걸러집니다. 세 장 중 한 장이라도 네 항목이 다 맞으면, 그 공고가 첫 번째 지원사업입니다.

세 장을 적는 게 번거로우면 Pensiv에서 공고를 열어 보세요. 이 네 항목이 먼저 보이게 정리해 둡니다. 그래도 원문은 한 번은 직접 읽으세요. 뒤쪽에 숨은 조건은 요약만으로 다 안 잡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