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우리는 어디에 맞나
사업자등록 이력, 팔 수 있는 물건, 돈의 쓰임새. 세 질문으로 우리 결에 맞는 쪽을 가르는 법.
법인 등기를 이번 주에 할지 다음 달에 할지 정하다가 지인한테 전화를 겁니다. "등기 먼저 하면 예창패 못 쓴다던데?"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면 초창패는? "그건 창업하고 나서." 그래서 우리는 어느 쪽이냐고 물으면 지인도 말을 흐립니다.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는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결은 꽤 다릅니다. 이름 그대로 하나는 창업 전, 하나는 창업 초기를 봅니다. 오늘은 그 결의 차이와, 우리가 어느 쪽인지 스스로 가르는 질문 세 개를 드리겠습니다.
이름이 답의 절반이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아직 창업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사업입니다. 아이디어와 팀은 있는데 사업자등록은 없는 상태. 그래서 계획서도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무게가 실립니다. 초기창업패키지는 이미 창업한 회사 중 업력이 짧은 곳을 봅니다. "만든 것을 어떻게 팔 것인가", 즉 사업화가 중심입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범위입니다. 업력을 몇 년까지 보는지, 지원 금액이 얼마인지, 대표자 나이나 이전 수혜 이력을 어떻게 제한하는지는 해마다 공고가 바뀝니다. 작년 기준을 외워서 판단하면 틀립니다. 반드시 올해 공고의 "신청 자격" 항목을 열어 확인하세요. 주관기관이 지역마다 다르고, 같은 해에도 기관에 따라 모집 시기와 세부 조건이 조금씩 다릅니다.
질문 하나. 사업자등록이 있는가
가장 먼저 가르는 선입니다. 없다면 예비 쪽이고, 있다면 초기 쪽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예전에 다른 아이템으로 개인사업자를 냈다가 폐업한 이력, 공동대표로 이름만 올린 법인, 부업으로 내 둔 사업자. 이런 게 "창업 이력"으로 잡히는지는 공고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지금 사업자등록이 있는가"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등록 이력이 있는가"로 물어야 합니다. 있다면 그 이력이 올해 공고의 자격에 걸리는지 확인하세요. 애매하면 주관기관에 전화하는 게 제일 빠릅니다. 물어보는 걸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예비 쪽은 선정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창업하라는 조건이 붙기도 합니다. 그러니 "예비로 붙고 나서 천천히 등기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붙으면 바로 창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이것도 올해 공고에서 확인하세요.
질문 둘. 지금 팔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시제품이든 서비스 베타든, 돈을 받고 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묻는 겁니다. 없고 아이디어와 기획서만 있다면 예비 쪽 결에 맞습니다. 이미 첫 고객이 있고 매출이 조금이라도 났다면 초기 쪽 결입니다. 앱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것, 견적서를 보낸 적이 있는 것, 무료라도 실제 사용자가 쓰고 있는 것. 이런 게 "팔 수 있는 것"에 들어갑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계획서 때문입니다. 예비 쪽 계획서에 "이미 팔고 있다"고 쓰면 왜 예비로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초기 쪽 계획서에 "앞으로 만들 계획"만 있으면 사업화 항목이 비어 보입니다. 자격이 되느냐와 별개로, 우리 이야기가 어느 쪽 배점표에 잘 얹히는지를 보세요.
질문 셋. 앞으로 일 년 동안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지원금 용도를 상상해 보세요. 시제품 제작, 개발 외주, 특허 출원처럼 "만드는 데" 쓴다면 예비 쪽입니다. 마케팅, 채용, 영업 인력, 생산 확대처럼 "파는 데" 쓴다면 초기 쪽입니다. 지원사업은 돈의 쓰임새로 사업의 단계를 판단합니다.
빈 종이에 예산 표를 그려 보면 금방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항목 다섯 개를 적었는데 넷이 개발과 제작이면 우리는 아직 만드는 단계입니다. 셋이 마케팅과 채용이면 파는 단계입니다. 이 표는 나중에 사업계획서의 사업비 집행 계획으로 그대로 들어가니 지금 그려 둬서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이 질문에 답이 갈리면, 사업자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가 지금 어느 단계인지가 보입니다. 등기를 했는데도 아직 만드는 단계라면, 초기창업패키지 계획서를 쓰면서 사업화 항목이 약할 겁니다. 그걸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릅니다.
세 질문의 답이 엇갈릴 때
제일 흔한 경우는 이겁니다. 등기는 했는데 매출은 없고, 돈은 만드는 데 써야 합니다. 자격은 초기 쪽인데 결은 예비 쪽입니다. 저도 이 상태에서 초기창업패키지를 썼고, 떨어졌습니다. 사업화 항목을 채울 실적이 없어서 계획만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이럴 때는 자격이 되는 쪽에 쓰되, 그쪽 배점표가 무엇을 보는지 먼저 읽고 부족한 항목을 인정한 채로 시작하세요. 매출이 없으면 없는 대로, 대신 검증한 것(고객 인터뷰, 사전 예약, 파일럿)을 실적 자리에 쓰는 겁니다. 없는 매출을 지어내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올해 두 사업 공고를 열어 "신청 자격" 항목만 나란히 놓고 위 세 질문에 답을 적어 보세요. 세 답이 한쪽으로 모이면 그쪽입니다. 엇갈리면 자격이 되는 쪽으로 가되, 부족한 항목을 미리 알고 시작하세요. Pensiv에서 초안을 만들 때도 이 세 답이 먼저 있어야 이야기가 한쪽으로 섭니다. 답이 없으면 초안도 흔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