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3일 전, 사업계획서 말고 확인할 것들
양식 버전부터 접수증까지, 제출 직전에 실제로 벌어지는 실수 장면과 확인 순서.
목요일 밤 열한 시, 사업계획서 마지막 장을 저장하고 노트북을 덮으려는 참입니다. 마감은 금요일. 내일 아침에 올리면 되겠지,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 접수 시스템에 들어가 보니 기업 회원가입부터 하라고 하고, 대표자 명의 공동인증서를 요구합니다. 인증서는 세무사 사무실 컴퓨터에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한 번 놓쳤습니다. 계획서는 멀쩡했는데 제출을 못 했으니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뒤로는 마감 3일 전에 계획서 말고 다른 것만 보는 시간을 따로 잡습니다. 아래는 그때 보는 것들입니다.
양식과 파일 형식
먼저 지금 쓰고 있는 양식이 이번 공고에 붙은 그 파일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지난해 양식으로 쓴 계획서를 냈다가 항목이 달라서 감점받는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공고 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첨부파일을 새로 내려받고, 항목 제목과 순서를 내 문서와 나란히 놓고 대조해 보세요. 공고 게시 뒤에 양식이 수정돼 재공지된 적은 없는지도 봅니다.
파일 이름도 봅니다. 폴더에 "최종", "진짜최종", "최종_수정"이 나란히 있으면 어느 것이 마지막인지 저도 헷갈립니다. 제출용 폴더를 하나 새로 만들고 거기에 낼 파일만 옮겨 두세요. 다른 사람이 함께 고쳤다면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파일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파일 형식은 공고마다 다릅니다. 한글 파일로 내라는 곳에 PDF를 올리면 반려되고, PDF로 변환해 내라는 곳에 한글 원본을 올려도 반려됩니다. 파일명 규칙을 정해 둔 공고도 있고(예를 들어 "기업명_사업계획서" 같은 식), 용량 상한도 있으니 이미지를 많이 넣었다면 변환한 뒤 용량을 한 번 봅니다.
서명, 직인, 첨부 서류
신청서 첫 장에 대표자 서명이나 직인 칸이 있는지 보세요. 이 칸을 비운 채 PDF로 바꿔 올리는 실수가 정말 많습니다. 도장을 찍고 스캔하든 서명 이미지를 넣든, 그 칸이 채워진 상태로 최종 파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나 청렴 서약서처럼 별지로 붙는 서식도 같은 방식으로 챙깁니다.
첨부 서류는 공고의 제출서류 목록을 그대로 옮겨 적고 하나씩 지워 가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4대보험 가입자 명부, 특허나 인증 사본처럼 발급이 필요한 것은 오늘 신청해야 내일 나옵니다. 발급일 기준으로 유효기간을 두는 서류도 있으니, 몇 달 전에 떼 둔 것을 그대로 쓰기 전에 공고 문구를 다시 읽어 보세요.
접수 시스템과 마감 시각
접수 사이트에 오늘 로그인해 보세요. 지난번에 가입했던 계정이 퇴사한 직원 이메일로 돼 있어서 비밀번호 재설정 메일을 못 받는 경우도 봤습니다. 처음 쓰는 시스템이면 기업 회원가입이 필요한데, 대표자 명의 확인이나 공동인증서 등록에 하루가 걸리기도 합니다.
로그인이 되면 신청서 작성 화면까지 들어가서 어떤 항목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지 봐 두세요. 계획서 파일만 올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회사 개요, 매출, 인원을 화면에 따로 입력하라고 해서 당황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값들은 계획서 표에 쓴 것과 같아야 하니, 미리 한 장에 적어 두면 화면 앞에서 헤매지 않습니다.
마감은 날짜가 아니라 시각입니다. 공고에 "18:00까지"라고 적혀 있으면 18시 1분에는 버튼이 사라집니다. 마감 날 오후에는 접속이 몰려 시스템이 느려지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감 하루 전 오전에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루 여유가 있어야 반려됐을 때 고쳐서 다시 낼 수 있습니다.
제출한 뒤 마감 전까지 수정이 되는 시스템도 있고, 한 번 내면 잠기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접수 안내문에서 미리 확인하세요. 잠기는 쪽이면 제출 버튼 앞에서 한 번 더 멈춰야 합니다. 저는 잠기는 시스템이면 다른 사람 한 명에게 최종 파일을 열어 보게 한 뒤에 누릅니다.
제출 뒤에 할 일
제출 버튼을 눌렀다고 끝이 아닙니다. 접수 완료 화면을 캡처하고, 접수번호가 적힌 접수증이나 확인 메일을 저장해 두세요. 나중에 "접수된 기록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이것 하나가 살려 줍니다.
올라간 파일을 다시 내려받아 열어 보는 것도 권합니다. 임시 저장본이나 이전 버전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 장의 서명 칸과 마지막 장의 첨부 목록까지 넘겨 보면 십 분이면 끝납니다.
계획서를 쓰는 데 3주를 썼다면, 제출 확인에는 반나절을 쓰는 게 맞습니다.
Pensiv에서 받은 초안을 쓰셨다면 양식은 공고 것 그대로지만, 서명 칸과 접수 화면 입력은 여전히 대표님 몫입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공고 페이지를 다시 열어 제출서류 목록을 메모장에 옮겨 적고, 그 옆에 접수 사이트 로그인 여부와 마감 시각을 써 두세요. 계획서 본문은 그 뒤에 다시 보셔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