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작성 · 4분 읽기

표의 숫자는 두 종류입니다

매출 목표는 공고에서 계산하고 전년도 매출은 서류에서 옮기는, 계획과 사실을 가르는 기준.

표의 숫자는 두 종류입니다

연도별 매출 목표 표 앞에서 커서가 한참 깜빡인 적이 있으신가요. 1차년도, 2차년도, 3차년도. 칸은 셋인데 아직 매출이 없는 회사라면 뭘 넣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크게 쓰면 허풍 같고 작게 쓰면 왜 지원하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옆 칸으로 눈을 돌리면 "전년도 매출액"이 있습니다. 이 칸은 또 다른 종류의 막막함입니다. 없는 걸 어떻게 쓰나.

이 두 칸은 겉보기에 같은 숫자 칸이지만 채우는 방법이 정반대입니다. 하나는 계산해서 넣는 숫자고, 하나는 서류에서 옮겨 적는 숫자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표 채우기의 거의 전부입니다.

계획 숫자는 공고에서 계산합니다

매출 목표, 고용 계획, 사업비 배분. 이런 숫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어디서 베낄 수 없고, 대신 근거를 갖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 근거는 공고 안에 있습니다. 사업 기간이 몇 개월인지, 지원 규모가 얼마인지, 자부담이 얼마나 붙는지가 공고에 적혀 있고, 이 셋에서 나머지가 산술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업 기간이 열 달이고 총사업비가 1억 원이라고 해 봅시다. 공고마다 다르니 어디까지나 예시 숫자입니다. 인건비로 얼마를 쓸지 정하면 몇 명을 몇 달 쓸 수 있는지가 나오고, 그게 고용 계획 표의 채용 시기가 됩니다.

남은 돈을 개발비와 마케팅비로 나누면 사업비 배분 표가 채워지고, 마케팅비를 얼마 쓰면 고객이 얼마나 늘지 가정하면 1차년도 매출 목표가 나옵니다. 표 옆에 계산식을 메모해 두면 발표 자리에서 "이 숫자는 어디서 나왔죠"라는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숫자는 나중에 틀려도 괜찮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채용이 두 달 늦어질 수도 있고 매출이 반밖에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건 "계획을 바꿨다"이지 "거짓을 적었다"가 아닙니다. 평가위원도 이 표를 예언으로 읽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돈을 어떻게 쓸 생각인지, 그 생각에 앞뒤가 맞는지를 봅니다.

사실 숫자는 서류에서 옮깁니다

반대편에 있는 숫자가 사업자등록번호, 설립일, 전년도 매출액, 현재 고용 인원, 자본금 같은 것들입니다. 이건 이미 일어난 일이고, 어딘가 서류에 적혀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4대보험 가입자 명부. 표에 넣을 때는 그 서류를 열어서 그대로 옮깁니다.

설립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인 등기일과 사업자등록일이 다른 회사가 많으니, 공고가 어느 날짜를 묻는지 보고 그 서류에서 옮깁니다.

여기서 계산을 하거나 대략 넣으면 안 됩니다. 전년도 매출이 기억으로 "한 3천만 원쯤"이면 재무제표를 열어 원 단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충 넣은 숫자가 첨부 서류와 다르면 평가 자리에서 바로 잡힙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 계획서의 다른 숫자도 전부 의심을 받습니다.

저는 예전에 고용 인원에 면접 예정자까지 넣어 쓴 적이 있는데, 명부와 안 맞아서 발표 자리에서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해명은 됐지만 분위기는 이미 식은 뒤였습니다.

서류가 아직 없는 숫자는 빈칸으로 두는 게 맞습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돼 전년도 매출이 없으면 없다고 쓰거나 비워 두면 됩니다. 없는 건 흠이 아닙니다. 지어낸 것이 흠입니다.

가르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떤 숫자가 계획이고 어떤 숫자가 사실인지 헷갈릴 때 쓰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숫자가 나중에 틀리면 뭐라고 불리는가. "계획이 바뀌었네요"면 계산해서 채웁니다. "허위 기재네요"면 서류에서 옮기고, 서류가 없으면 비웁니다.

숫자 종류 채우는 법
연도별 매출 목표 계획 사업 기간과 마케팅 가정에서 계산
채용 시기와 인원 계획 인건비 배분에서 계산
사업비 배분 계획 총사업비와 자부담에서 계산
사업자등록번호 사실 사업자등록증에서 옮김
전년도 매출액 사실 재무제표에서 옮김
현재 고용 인원 사실 4대보험 가입자 명부에서 옮김

본문과 표가 어긋나면 이렇게 보입니다

숫자 종류를 잘 구분해도 마지막에 자주 터지는 게 하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3명을 채용하겠다"고 썼는데 고용 계획 표에는 5명이 있는 경우입니다. 본문을 먼저 쓰고 표를 나중에 채우다가, 또는 표를 고친 뒤 본문을 안 고쳐서 생깁니다.

제 경험으로는 평가위원이 표를 먼저 봅니다. 글보다 빨리 읽히니까요. 표를 보고 머릿속에 5명을 넣어 둔 채 본문을 읽다가 3명을 만나면, 어느 쪽이 맞는지 따지기보다 "이 사람이 자기 계획을 모르는구나"로 넘어갑니다. 숫자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계획 전체가 헐거워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다 쓰고 나면 본문에 나온 숫자를 전부 형광펜으로 표시해 두고 표와 하나씩 맞춰 봐야 합니다.

다음에 할 일

지금 쓰는 계획서의 표를 하나 열고, 칸마다 "계획"과 "사실"을 연필로 적어 보세요. 계획 칸은 공고의 사업 기간과 지원 규모에서 계산이 되는지 확인하고, 사실 칸은 옆에 서류를 펴 놓고 옮기세요. 서류가 없는 사실 칸은 비워 두고, 그 서류를 어디서 떼는지 메모해 두면 다음 공고에서 그대로 씁니다. Pensiv 초안을 받으셨더라도 손으로 고친 뒤에는 본문과 표를 한 번 더 대조하세요.